보여주기, 드러내기

난 왜 늘 같은 고민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손해 보는 세상인 건 맞는 것 같다.

적당히 숨기고 적당히 포장해야 하는데 난 왜 그게 안 될까.
왜 항상 알면서도 나만 손해 보는 짓을 하게 되는 걸까.

껍데기로 남을 대하는 사람이 알맹이로 대하는 사람을 보고
'나는 너의 모든 것을 간파하고 있다'는 투의 눈빛으로 거만하게 바라보는 게 너무 싫다.
그런 시선을 느낄 때, 내 알맹이를 보여줬던 것을 비로소 후회하게 된다.

문제는 보여줘도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짓는 게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가끔은 나를 이해하는 척하다가 막판에 뒤통수를 때리는 사람도 있고,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아니어서 뒤늦게 당황했던 적도 있었고.

줄 줄 모르는 사람은 받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고,
보여줄 줄 모르는 사람은 사실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들이 불쌍하다.

내 방식이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누가 뭐래도 이게 맞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가끔은 이렇게 고민하고 흔들리지만 그래도 그렇게 믿고 싶다.

by 꿈토끼 | 2009/12/28 01:04 | § 기타 잡담 | 트랙백 | 덧글(0)

커피 가게의 우연


집에 오는 골목길에 웬 커피 가게가 생겼다.
가게 이름은 '솔이네 커피 볶는 집'.
나무 바닥의 작은 테라스가 있고, 빨갛고 예쁜 우체통도 있고, 입구는 통유리로 만들어진 아담한 가게였다.
큰길가도 아니고 왜 이런 곳에 왜 커피 집이 생길까 의아했는데,
오픈 후에 그 앞을 지나니 사람도 그럭저럭 있었기에 점점 궁금해졌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커피를 좋아하기로서니 집에 가서까지 마실 일은 없어서
사실 그 가게에 들를 일도 그동안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김없이 커피집이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남은 원고 작업을 마저 해야 하는데...
일단 집에 들어갔다가 나중에 졸리면 나와서 커피를 한잔 사 가야겠다 생각하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작업을 조금 하다가 커피가 고파져서 지갑을 들고 나왔다.
가게 안에서 마시는 사람들도 있고, 카운터에 서서 테이크아웃을 하려고 주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남자가 카운터에서 뭘 쓰고 있길래 난 그 옆에 서서 '아메리카노 한잔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가 휙 돌아보더니 내 팔을 툭 쳤다.

남자친구였다 -_-;;;;

난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놀라서 "어머, 안녕!"이라고 외쳤다. ㅋㅋㅋ
알고 보니 집에 가기 전에 우리 집에 들러서 나에게 커피와 케익 배달(?)을 하고 가려고 했다고...

"아이! 몰래 하려고 했는데 들켰네! 작전 실패네! 아이 참!!"
"근데 어떻게 여기서 딱 만나지? 신기하다!!!"

우린 한참을 깔깔 웃었다. 그리고 나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간판도 잘 안 보이고 모든 게 잘 안 보이지만... 왼쪽 아래에 있는 그림자가 남자친구다 ㅎㅎ

고마워! 커피도 잘 마시고 케익도 잘 먹었어~^^

by 꿈토끼 | 2009/11/10 12:52 | § 사랑과 소통 | 트랙백 | 덧글(0)

가해자와 피해자

어떤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고 치면
그 사건의 경중과는 상관없이, 가해자는 사실 잘 모른다.
뭘 모르냐면 피해자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를 모른다.
본인이 한 행동이 객관적으로 어떤 행동이었는지 파악은 할 수 있지만
그러한 행동을 받는 피해자가 어떤 충격을 받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모르기 때문에 가해를 할 수 있었던 거고.

하지만 그 사건이 절대적 선악을 따질 수 없는 사건이었을 경우에는
마냥 가해자를 탓할 수만은 없게 된다.
(사실 이렇게 '가해자/피해자'로 쓰며 害를 언급하는 건 철저하게 피해자의 시각에서
기술하는 거긴 하지만 대체할 표현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으므로... 어쨌든)

'모르고' 그랬다는데, 별 수 있겠나.
게다가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르고,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도 없는 일인데,
피해자가 피해의식을 일방적으로 느꼈다고 해서
딱히 잘못을 하지도 않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할 의무는 없는 거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면 종국에는
가해자에게 대고 '네가 날 상처입혔잖아'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피해자가
오히려 미친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근데 세상에는 본인이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다행히 지금 내 주변에도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생각을 해 봐. 가해 사실을 몰랐다 해도, 그걸 알게 된 시점부터는 피해자에게
일말의 미안함이라도 느껴야 하는 게 도리 아닐까?
본인의 인식 체계가 다르다고 해서 회피하고, 부정하고, 탓하고, 원망하고,
결국 그렇게 혐오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니까 내가 잘못 살았나 싶고 되게 슬프더라고.

이렇든 저렇든 결국은 또 내 잘못이네.
멋대로 피해의식을 느끼고 멋대로 멀쩡한 인간을 가해자로 만들어 놓고
결국 내가 미친 사람이 된 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많이 했는데 이런저런 요인으로 잘 안 되니까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야겠다. 예쁘게 포장할 필요도 없이 그냥 싸그리.
애초에 그걸 '아름다운 추억이었다'로 자위하려 했던 시도 자체가 어리석었다구.

by 꿈토끼 | 2009/11/06 22:08 | § 사랑과 소통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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